태국 시암시멘트그룹(SCG) 계열의 라용올레핀(Rayong Olefins Company, ROC)이 중동발 원료 조달난으로 약 6개월간 중단했던 올레핀 생산설비를 2026년 9월 17일 재가동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중동 정세 불안으로 나프타·프로판 등 핵심 원료 확보가 막히면서 지난 3월 가동을 멈췄던 설비가, 말레이시아·아프리카 등 비호르무즈 경로의 대체 원료를 확보하면서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ROC는 SCG의 화학 부문 자회사 SCGC(SCG Chemicals) 산하 올레핀 생산법인으로, 태국 라용 지역에서 에틸렌 등 올레핀을 생산해 자국 화학 밸류체인의 핵심 원료를 공급해 왔다. SCG 측 공시에 따르면 ROC는 2026년 3월 10일 중동 정세로 인한 원료 조달 차질을 이유로 설비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가스 및 석유화학 원료 운송이 제약됐으며, 이 항로는 SCG 원료 조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CG 경영진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최근 수년간 가장 심각한 도전 중 하나로 꼽았으며, 원료의 50~60%가량이 이 항로를 거친다고 설명한 바 있다고 전해진다. 이에 따라 ROC는 거래처·고객사를 대상으로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하고 제한된 원료로 생산을 조정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재가동은 SCG가 말레이시아·아프리카 등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대체 조달망을 확보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ROC의 올레핀 생산능력은 연간 약 135만 톤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가동 중단은 2026년 3월 10일부터 시작돼 9월 17일 재가동까지 약 6개월간 지속된 것으로 전해진다. SCG 측은 가동 중단 기간 고정 현금비용이 월 약 1억 5,000만 바트씩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고 한다. 같은 SCG 계열의 맵타풋올레핀(Map Ta Phut Olefins Company, MOC)은 연간 약 205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중단 기간에도 정상 가동을 유지하면서 ROC 몫의 원료 일부를 흡수해 생산을 뒷받침한 것으로 알려졌다. SCG는 ROC와 MOC를 통합 운영할 경우 가동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려 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료 조달 측면에서는 말레이시아, 아프리카 등지에서 나프타·프로판을 비롯한 비호르무즈 원료를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재가동은 중동 지역 정세 불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석유화학 업체들이 특정 해상 항로에 대한 원료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조달망을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SCG는 재가동과 별도로 베트남 롱손석유화학단지(Long Son Petrochemicals, LSP) 등 해외 거점을 활용한 원료 다변화 전략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사례는 중동 정세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올레핀·석유화학 설비 운영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호르무즈 해협처럼 특정 해상 병목 구간에 원료 조달을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는,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했을 때 생산 중단과 고정비 부담 증가로 곧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이에 따라 역내 석유화학 업계 전반에서 원료 조달처를 다변화하고 비상시 대체 항로·대체 산지를 미리 확보해두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원료 트레이딩·물류 업계 입장에서는 말레이시아·아프리카 등 비호르무즈 산지에서 나프타·프로판을 조달하는 물동량이 늘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아울러 이번 사안은 통합 생산단지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개별 설비의 가동 중단 충격을 계열 내 다른 설비로 일부 분산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해석될 수 있다.
첫째, ROC와 MOC를 통합했을 때 실제로 가동률 80% 이상, 즉 위기 이전 수준에 근접한 생산 정상화가 어느 시점에 달성되는지가 관건이다. 둘째, 말레이시아·아프리카발 대체 원료 조달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추가 원가 부담이 얼마나 발생하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셋째, 호르무즈 해협 정세가 다시 악화할 경우 SCG가 이번에 구축한 비상 조달망을 통해 재차 대응할 수 있을지, 아니면 유사한 가동 중단이 반복될지도 주목된다. 넷째, 이번 사태를 계기로 SCG가 추진 중인 베트남 롱손석유화학단지 등 해외 생산거점 다변화 전략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진행될지도 향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